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삼성전자 체험관 ‘삼성837’(사진)에는 개장 전부터 입장 대기자들이 100m 넘게 줄을 섰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행사인 ‘NFT NYC’ 개막에 맞춰 이곳을 NFT 갤러리로 꾸미고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3층 높이의 8K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NFT 향연이 관객을 사로잡았지만, NFT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소비자가 자기만의 NFT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삼성837의 마케팅 방식이었다. 삼성전자는 NFT 거래 플랫폼을 탑재한 TV도 준비 중이다.
이제 NFT는 더 이상 전문가나 마니아의 영역이 아니다. 일반인도 NFT 창작자가 되고 이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고 매매할 수 있게 됐다. ○일상 파고든 NFT 재테크암호화폐 결제업체 문페이는 지난 3월 NFT 거래 플랫폼에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로 NFT를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9년 출범한 문페이는 160개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이 쓰고 있다. 이전에는 디지털 지갑을 만든 뒤 이더리움을 사서 넣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결제해야 했지만 이제는 TV 리모컨이나 신용카드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거래 진입장벽을 확 낮춰 NFT 투자가 금융 일상으로 파고들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직 국내에선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재화와 서비스 외에 NFT와 암호화폐는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없다. NFT의 법적 지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주식, 펀드, 금과 같은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시대에선 미술, 패션부터 부동산, 와인, 음악까지 다양한 콘텐츠와 실물을 담아내는 투자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앤드리슨호로위츠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은 막대한 자금을 NFT 관련 기업에 투자했고, NFT 전용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NFT 투자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글로벌 NFT 보유자는 50만 명에 그쳤지만 매달 가파르게 늘어 이달에는 2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하지만 NFT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자산 가격 급락으로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고, NFT 거래 시장도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의 과도한 거품이 꺼지고 ‘옥석 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유자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 혜택을 주느냐’에 따라 NFT 가치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반 소토라이트 문페이 최고경영자(CEO)는 NFT NYC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암호화폐가 비이성적인 혼란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며 “이런 때일수록 NFT는 수집품을 넘어 유망 브랜드, 창작자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등 효용성을 끌어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페이는 NFT NYC에서 기업들이 유틸리티 NFT를 대규모로 생성하고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이퍼민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유틸리티 NFT는 디지털아트나 사진 등의 예술 기반 NFT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상업적 기능을 갖춘 NFT를 말한다. 문페이는 영화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 음반 제작자 스눕독 등과 하이퍼민트 파트너십을 맺었다.
가상 부동산 NFT 플랫폼인 클레이시티를 이끄는 최현준 대표는 “부동산 NFT는 단순한 게임의 보상이 아니다”며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입장권, 현실 세계에서 특정 행사의 초대권이 되거나 신용카드와 연계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NFT인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는 다양한 혜택과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고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이용 가치를 높이고 있다. BAYC를 만든 유가랩스는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글로벌 VC로부터 4억5000만달러(약 58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설립된 지 1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5조원으로 불어났다. 와인 NFT 플랫폼 뱅크오브와인을 운영하는 블링커스도 NFT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고가의 와인 시음회를 열 예정이다.
허란/뉴욕=최다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