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친숙한 음료인 칠성사이다가 수도권 규제를 피해 생산·보관·유통의 단계마다 전국 각지를 떠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 광주 오포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대전공장에 잠시 보관했다가 거래처 납품을 위해 다시 수도권으로 이송하는 식이다. 1982년 제정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혀 오포공장을 단 한 평도 확장할 수 없다 보니 벌어진 어이없는 일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으로 수도권을 나누고 공장 신·증설, 관광지 조성 등을 엄격히 통제한다. 오포공장은 법 시행 3년 전에 설립됐지만 자연보전권역으로 사후 지정되는 바람에 신·증설이 묶여버렸다. 샘표식품 이천공장, KCC·코카콜라 여주공장 등 비슷한 처지의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힌 해외기업 투자도 여러 건이다. 레고그룹이 이천 테마파크 조성을 포기하고 독일로 갔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공장총량제에 걸려 화성 백신조제공장 설립을 포기했다. 해외에서 수도권으로 유턴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지만 촘촘한 규제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0년간의 규제는 수도권을 억누른다고 지방이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했다. 선진국들이 규제 완화로 급선회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국은 1982년 수도권 전역에, 프랑스는 1985년 파리 중심만 제외한 전 수도권에 공장설립허가제를 폐지했다. 독일은 한술 더 떠 수도권으로의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도 2000년에 수도권정비법을 대폭 개정했다. 오직 한국에서만 수도권 규제 완화가 40년째 금기시되고 있다. 정치 논리가 앞서다 보니 완화의 ‘완’자만 나와도 비수도권에선 거센 반발이 나온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에서 조금만 비켜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사정이 있고, 전국을 몇 개의 거점 메가시티로 재편·육성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세계는 국가 간 경쟁에서 점차 글로벌 메가시티 경쟁으로 이행 중이다. 교조적인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 이롭지 못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암덩이’로 불리는 수도권 규제에 대한 언급은 많이 하지 않았다. 취임 전에 발표한 강화·옹진군 규제지역 제외, 성장촉진권역 신설 등의 미세 조정을 넘어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얼마 전 원자력산업 실태를 직접 점검했듯이 수도권의 입지 규제현장도 둘러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