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안정화 대책 마련 요구가 거세지면서 금융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올 들어 23일까지 각각 22%, 31% 하락하는 등 주요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대표적 요구 사항은 일시적 공매도 중단이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회 등에는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난처해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4일 “과거 증시 안정화 대책을 살펴보고 있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증시가 하락한다는 이유만으로 증시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공매도가 전면 재개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을 대상으로만 허용되는 제한적 공매도 제도가 늘 문제점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좌절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부터 전체 상장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는 지난해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부분 재개됐다. 문제는 전면 재개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속 주춤거리기만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미들의 ‘표심’을 건드릴 공매도 전면 재개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논의가 미뤄지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를 논의해야 할 시점에 되레 공매도 일시 중단 요구를 받게 된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증시 점검회의를 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심리로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되면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상황별로 필요한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