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보다 병값이 비싸"…제약株, 경기방어주로 부활할까 [돈앤톡]

입력 2022-06-25 07:25
수정 2022-06-25 17:51

제약사 주식이 방어주로 주목된다.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물가마저 고공행진하는 스태그플래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질병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약을 끊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가 크게 줄어들 걱정이 없는 데다, 원재료 비용은 약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물가 상승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의약품지수는 4.99% 하락해 1만4336.13으로 지난 24일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낙폭 11.89%보다 선방했다. 증시 하락세가 본격화된 작년 말 이후로도 의약품지수의 낙폭이 16.67%로, 코스피지수의 20.52%보다 작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제약사 주식은 경기방어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 동안 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불경기에 강했던 제약주를 작년까지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약주가 불경기에 강한 이유는 수요가 쉽게 줄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의 주력 품목인 만성질환 치료제들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못 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자체 개발한 고혈압 개량 신약 아모잘탄(로사르탄·암로디핀)와 고지혈증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제조·판매에 주력하는 한미약품의 경우 올해 들어 약세장 속에서도 주가가 9.06% 상승했다.

약세장의 근본적 배경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나서면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것이다. 특히 뒤늦게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물가가 잡히지 않자 비용 부담 확대 우려에 증권사들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낮춰잡기 시작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전체 코스피 종목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7조9372억원으로 1주일 전에 비해 0.37% 감소했다. 반면 코스피의약품업종 종목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같은 기간 0.03% 늘었다.

약을 만드는 데 드는 원재료비 비중이 작아 제약사들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 때문이다. 주사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관계자가 “약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보다 약을 담는 병 값이 더 비싸다”고 말할 정도다.

하태기 연구원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제약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순수 원재료비 비중은 20% 미만”이라며 “제조원가 중에서 비중이 큰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은 유가 상승 및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환율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화학제제를 만드는 합성원료의 경우 수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약사가 쌓아 놓은 안전재고를 소진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제약사들이 외형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삼는 도입의약품 유통 역시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의 악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 연구원은 설명했다. 대부분 수년에 걸친 장계 계약을 맺고 판권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 제약사들의 해외 수출도 활발해져 환율 상승이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수출비중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약을 판매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절대적으로 높고, 서흥도 31.8%로 높은 편이다”며 “이 같은 기업에게 환율 상승은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