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뮤지컬배우 옥주현이 '인맥 캐스팅' 논란의 불씨를 지핀 동료 김호영을 고소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
옥주현은 24일 자신의 SNS에 "최근 작품 캐스팅 문제에 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가 뮤지컬 업계 동료 배우를 고소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이어 "뮤지컬 배우 선배님들의 호소문을 읽어보았다. 저 또한 뮤지컬을 사랑하고 아끼며, 17년간 뮤지컬에 몸을 담은 한 사람으로서 저를 둘러싼 의혹들과 그것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반성했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 업계의 종사자분들과 뮤지컬을 사랑하시는 관객분들을 비로하여 이 일로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소송과 관련해 발생한 소란들은 제가 바로잡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한다'는 선배님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늘 그래왔듯이 연기와 노래를 통해 뮤지컬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제 진심을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단, 뮤지컬 '엘리자벳'의 10주년 공연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캐스팅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오디션을 통해 본인의 실력을 인정 받은 배우들이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캐스팅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공연 제작사에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옥주현 측은 한경닷컴에 "김호영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고,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는 이어간다. 향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고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호영 측에 '옥장판'이라 언급한 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앞서 김호영은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과 함께 옥장판 사진을 게재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김호영이 '엘리자벳' 라인업이 공개된 직후 해당 글을 게시했으며, 공연장 스티커를 붙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그가 옥주현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네티즌들은 10주년 공연의 주연으로 예상됐던 김소현이 라인업에서 배제된 가운데, 엘리자벳 역에 옥주현과 이지혜가 더블 캐스팅됐다는 점과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게 된 길병민에 주목했다. 이지혜는 옥주현과 절친한 사이이며, 길병민은 JTBC '팬텀싱어3'에서 옥주현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에 옥주현은 "무례한 억측·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는 글로 맞섰고, 이후 김호영과 네티즌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엘리자벳'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또한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해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 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해 VBW 원작사의 최종 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뮤지컬계 1세대로 불리는 박칼린, 최정원, 남경주가 호소문을 발표하고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면서 옥주현이 김호영을 고소한 일을 두고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지 말아야 하며 스태프는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도록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해당 호소문을 SNS에 공유하며 뜻을 함께하는 의사를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