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28·사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스타’ 자리를 예약했던 선수다.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뛰면서 주요 대회를 휩쓸었다. 당시 함께 뛰었던 선수가 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25)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로 건너와서도 잘했다. 2016년 첫 승을 신고한 뒤 2019년까지 5승을 올렸다.
그런데 2019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을 끝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나가기만 하면 커트 탈락이었다. 결국 작년을 끝으로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우승자 자격으로 갖고 있던 1부 시드권을 잃었다. 2부 투어가 지금 그가 뛰는 무대다.
그랬던 조정민이 ‘행운의 언덕’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24일 경기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몰아치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선두 그룹에 3타 모자란 7위. 그는 주최 측 추천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조정민은 “많이 쳐봤을 뿐만 아니라 우승까지 했던 코스라 익숙하다”며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고 있던 게 많이 도움 됐다. 이 덕분에 과감히 샷을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주변에선 그의 갑작스러운 부진을 두고 부상당한 게 아니냐며 걱정했다. ‘입스’(yips·스윙 전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불안 증세)라는 얘기도 있었다. 조정민은 “마음에도 입스가 있다면 입스가 맞는 표현인 것 같다”며 “이전까진 한 번도 골프로 상처받지 않았는데, 지난 2년여 기간은 상처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캐디에게 ‘저기로 보낼 거야’라고 하면 가리킨 곳으로 공을 보냈다. 쉽게 하던 건데, 슬럼프에 빠지니 안 되더라”고 했다.
드림투어 상금랭킹 20위 내에 들면 정규(1부)투어에 올라올 수 있다. 현재 그의 성적(32위)으론 정규투어 복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금랭킹과 무관하게 정규투어 시드를 얻을 수 있다. 그는 “1라운드를 통해 다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남은 라운드에서 더 도전적으로 치겠다. 예전처럼 (1부투어 선수들의) 경쟁에 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