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두고 살림하고 싶다는 남편 어쩌죠" [법알못]

입력 2022-06-26 19:00
수정 2022-06-26 19:01


아직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어야 할 결혼 2년 차 부부가 직장 문제로 갈등에 휩싸였다.

아내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장 그만두고 살림하고 싶다는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는 글을 올려 조언을 구했다.

맞벌이 중인 두 사람은 현재 소득이 비슷하고 자녀는 없는 상태다.

A 씨는 "집은 결혼할 때 대출받고 모아둔 돈으로 장만해서 꾸준히 갚아 나가고 있다"면서 "두 사람의 소득으로 대출 상환이나 생활비 등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편 B 씨가 언젠가부터 "일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고 싶다"고 토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 씨도 처음엔 농담인 줄 알고 넘겼지만 이런 요구는 점차 잦아졌고 틈만 나면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A 씨는 "그런 말 하지 마라. 나도 일하는 거 힘들다"면서 "직장이 힘들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는 건 어떠냐. 일 그만두고 좀 쉬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라"라고 제안했다. 남편이 우울증이나 번아웃이 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 가서 쉬다 오라는 말까지 건넸다.

하지만 B 씨는 아랑곳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하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남편에게 짜증이 난 A 씨와 B 씨는 크게 다투게 됐고 A 씨는 급기야 "자꾸 그런 말 할 거면 이혼하자"고 선언했다.

A 씨는 "남편이 결혼 전에는 책임감 있고 듬직한 모습이었는데 결혼 후 저러니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지 알면 원래 게을렀던 사람이 결혼 후 본성이 나온 걸까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후자라면 정말 이혼할 생각이다"라고 결심을 전했다.

그렇다면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직장 그만두고 가정주부 하겠다는 남편'에 대해 어떤 조언을 들려줬을까.

이 변호사는 "부부는 결혼하면서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서로에 대하여 부양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양의무는 경제적인 부양의무도 포함된다. 남편이 직장생활하고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남편은 당연히 아내에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면서 "반대로 아내가 직장생활하고 남편이 가사를 한다면 아내가 남편에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간혹 직장 일이 힘들다고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거나 심지어는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다"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비를 중단시키는 행위는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물론 밖에서 일하는 남편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밖에서 직장 일 하는 사람은 아주 힘들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례자의 남편만 직장 일이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라며 "맞벌이 아내도 힘들게 일하고 있고 대한민국 직장인 대부분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남편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면 그 사람을 무조건 비난만 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대화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단순히 편하게 지내고자 일을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면서 "다만 직장 일이 정말로 견디기 힘들 정도라면 집에서 잠시 편하게 쉬게 하는 배려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잠시 편하게 쉬게 하고 기운을 차리게 한 다음 다른 직장을 알아보게 하고
여러 번 기회를 준 다음 이혼을 결정하는 것도 늦지 않다"라며 "그런데도 부부 간 갈등이 심해져서 협의가 되지 않으면 부득이 이혼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유책주의 제도 이혼 재판에서는 혼인 파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만 한다"면서 "반드시 민법 제840조의 6가지 이혼 사유를 주장, 입증해야 하므로 아내는 남편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남편을 몹시 나쁜 남자로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치밀히 준비하고 제출해야 한다. 반대로 남편은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아내가 몹시 나쁜 악처라고 주장하면서 아내가 유책배우자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만 아내의 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심한 부작용만 만들고 결국 부질없는 싸움이다"라며 "어차피 이 정도까지가는 상황이면 부부의 관계는 이미 파탄된 것이고 진흙탕 싸움을 계속 진행한다면 결국 부부에게는 상처뿐인 영광만 남게 된다. 부부 중 한쪽만 억울하고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혼인이 파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고 배려해야 한다"면서 "남녀는 평등하고 부부도 평등해야 하므로 부부가 항상 대화하고 이해하고 서로 협조하며 서로 ‘불쌍하다’, ‘괜찮다’, ‘고맙다’, ‘사랑한다’라고 하면서 배려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