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아직도 선거 승리에 취해 있는 것 아닌가

입력 2022-06-23 17:13
수정 2022-06-24 06:56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그제 밤 회의를 열고 격론을 벌인 끝에 징계 여부와 수위는 내달 7일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미뤘다. 이 대표가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중 어떤 조치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면 집안싸움은 지루하게 이어질 것 같다.

이 대표의 잘못이 드러나면 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이 문제를 제기한 측이 합당한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정작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소모적인 당권 싸움이다. 지난 3월 9일 대선 승리 이후 국민의힘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이 대표를 비롯한 ‘비윤(비윤석열)’으로 편이 갈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윤리위 소집을 놓고도 이 대표 측은 내년 6월 24일까지 임기인 당 대표를 중도에 몰아내려는 ‘윤핵관의 음모’ ‘쿠데타’라고 공격하고 있고, 반대 측은 제기된 의혹을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이미 이 대표와 ‘윤핵관’ 정진석 의원은 ‘개소리’ ‘싸가지’ ‘나쁜 술수’ 등 대표와 중진 의원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험한 설전을 주고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싸움의 명분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적절성이었으나 당 주도권을 두고 벌인 난타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대표와 친윤 배현진 최고위원이 연일 벌인 입씨름도 낯 뜨겁다. 그나마 당무에 관한 것이라면 모를까 회의 발언의 언론 유출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로 다투다가 당 대표는 회의장을 뛰쳐나가고 원내대표는 책상을 내리치는 난장판을 연출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 추천 문제를 두고 안철수 의원에게 연이어 장외 공세를 퍼붓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견이 있다면 토론을 통해 좁혀 나가는 게 민주정치의 기본인데, 개인감정을 여과 없이 SNS를 통해 쏟아내는 이유가 뭔가. 경제 위기의 거센 태풍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집권 여당이 단합은커녕 자리다툼에 골몰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벌써부터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취해 오만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갈등 조정은커녕 확대, 재생산에 나서는 이 대표나 윤핵관 모두 자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