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권재찬 1심 사형선고…법원 "교화?인간성 회복 기대할 수 없어"

입력 2022-06-23 16:14
수정 2022-06-23 16:19

평소 알고 지낸 중년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숨지게 한 권재찬씨(53)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이 같이 선고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2018년 2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사건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권씨에게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궁핍한 경제적 상황을 벗어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행했고 공범까지 끌어들인 뒤 살해했다”며 “범행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한 뒤 자신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차례로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거나 증거를 인멸했고 해외 도피도 시도했다”며 “결과가 매우 중대한데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형이 예외적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형을 선고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권씨의 강도살인 범행 2건 가운데 공범에 대한 범행은 강도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범으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가 많다고 할 수 없다”며 “채무를 면탈하려는 목적보다는 사건 전체를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공범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피해자의 유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권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그간 하급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적은 종종 있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2018년 2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씨 사건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사형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던 것은 2016년 ‘GOP 총기 난사 사건’ 주범 임모 병장 사건이 마지막이다.

권씨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낸 50대 여성 A씨를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다음 날 인천시 중구 을왕리 인근 야산에서 공범인 40대 남성 B씨도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았다.

B씨는 직접 A씨를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고 A씨의 시신을 유기할 때 권씨를 도왔다.

권씨는 2003년에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사망 당시 69세)를 때려 살해한 뒤 32만원을 훔쳐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뒤늦게 붙잡혀 징역 15년을 복역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