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국내 첫 확진…'주의' 단계 격상

입력 2022-06-22 17:35
수정 2022-06-23 00:41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22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감염병 위기 수준을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37도 미열에 인후통·피부발진 보여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지난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한 결과, 원숭이두창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발표했다. 의심 환자로 분류된 외국인 입국자 B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수두로 밝혀졌다.

A씨는 독일에서 지난 21일 오후 4시께 한국에 들어왔다. 인천공항 입국 후 질병관리청에 자진 신고해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심자로 분류됐다. 이후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한 뒤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에 이송돼 치료와 검사를 받았다. A씨는 입국 전인 지난 18일 두통 증상이 있었고, 입국 당시에는 37도의 미열과 인후통, 무력증, 피로와 피부병변을 보였다.

역학조사 결과 A씨와 관련한 고위험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로 분류하는데, 이 중 고위험군은 확진자에게 증상이 나타난 지 21일 이내에 접촉한 동거인이나 성접촉자 등이다. 방역당국은 A씨가 탑승한 비행기의 인접 좌석 승객에 대해 능동감시를 하기로 했다. 능동감시자는 보건소에서 매일 1~2회 증상을 모니터링한다.

원숭이두창은 2급 감염병으로, 확진자는 입원 격리 치료를 받는다. 피부 병변의 딱지가 떨어지는 등 감염력이 상실할 때까지 격리되며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접촉·노출 정도에 따라 최장 21일간 격리한다.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격상질병청은 이날 감염병 위기 수준을 기존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 대책반을 꾸려 다부처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등과도 연계해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지역사회 전파 우려는 물론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에서는 지난 5월 7일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2일 오후 5시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52개국 3127명이다. 사망자는 1명이다.

의료계에선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흡기로 빠르게 감염되는 코로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증상이 있는 사람과 피부접촉 또는 성접촉 등으로 전염된다. 발진과 고름, 혈액 등 체액, 가피(딱지)에 접촉하면 옮을 수 있다. 송창선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건국대 수의학과 교수)은 “상황을 잘 지켜봐야겠지만, 원숭이두창이 크게 확산할 것이라는 과도한 우려나 공포감 조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역당국에 방역 강화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3세대 백신과 원숭이두창용 항바이러스제 도입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했다.

정부는 원숭이두창 3세대 백신을 도입하기 위해 해외 제약사와 협의 중이다.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은 다음달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청은 7월부터 영국, 스페인, 독일 등 27개국을 원숭이두창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에게 검역 단계에서 각종 서류를 요구하고, 필요시 출국 또는 입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원숭이두창 빈발 상위 5개국인 영국,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는 발열 기준을 37.5도보다 낮은 37.3도로 낮춰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에 지정된 검역관리지역은 다음달 1일부터 6개월간 적용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