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입국' 원숭이두창 첫 환자 발생…위기경보 '주의' 격상 [종합]

입력 2022-06-22 16:12
수정 2022-06-22 16:27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 감염으로 인해 감염병 위기 수준을 '주의'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22일 브리핑에서 "전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독일에서 지난 21일 오후 4시께 한국에 들어왔다. 인천공항 입국 후 본인이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해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사환자(의심자)로 분류됐다.

이후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한 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에 이송돼 치료와 검사를 받았다.

A씨는 입국 전인 지난 18일 두통 증상이 있었고, 입국 당시에는 37.0도의 미열과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병적 작용에 의해 피부 세포나 조직에 일어나는 변화)을 보였다.

역학조사 결과 A씨에 대한 고위험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로 분류하는데, 이 중 고위험군은 확진자에게 증상이 나타난 지 21일 이내에 접촉한 동거인, 성접촉자 등을 말한다.

방역 당국은 A씨가 탑승한 비행기의 인접 좌석 승객에 대해서는 능동감시를 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병청은 이날 위기평가회의(의장 질병관리청차장)를 개최해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피부 병변의 가피(딱지) 탈락 등으로 감염력 소실과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격리되며,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접촉·노출 정도에 따라 최장 21일간 격리한다.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쥐와 같은 설치류가 주 감염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으며, 주로 유증상 감염환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전파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높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 수준으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신생아,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풍토병이 된 바이러스지만,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고 난 뒤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지난 15일까지 전 세계 42개국에서 2103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보고됐는데, 풍토병 국가가 포함된 아프리카지역이 64건(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럽을 중심으로 한 비풍토병 지역에서 발병했다.

한편 A씨와 같은 날인 21일 의심환자로 신고된 외국인 B씨에 대해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B씨는 수두 감염으로 확인됐다. B씨는 19일 증상이 발생한 뒤 20일 항공편으로 국내에 입국했으며 21일 오전 부산 소재 병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내원해 격리 치료를 받았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