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은 국내 최초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영업인가를 받은 1세대 자산관리회사다.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으로 리츠 시장이 열리자 가장 먼저 시장 개척에 나섰다. 리츠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이다. 지금은 부동산 리츠가 금융업계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생소한 투자 기법이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운용 리츠는 326개, 총 운용자산 규모는 79조1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 리츠 바람 일으켜한국토지신탁은 리츠 시장 진출 다음 해인 2002년 케이원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케이원CR리츠) 모자(母子)리츠를 설립했다. 모자리츠란 리츠 설립 후 모리츠가 부동산 프로젝트 성격에 적합한 우량 자리츠를 발굴해 투자하는 형태의 리츠다. 당시 모리츠에 6개의 자리츠를 담는 자산 운용 구도를 선보이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부동산 업황에 따라 리츠 사업은 파고를 겪기도 한다. 여러 규제로 인해 리츠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한국토지신탁은 주력 분야인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 다시 리츠 사업에 활력이 돈 것은 2016년부터다. 이때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리츠 상품을 선보였다. 삼덕TLS물류센터(케이원 제6호 리츠, 2016년), 충남 천안 두정 공동주택(케이원 제7호 리츠, 2017년) 등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한국토지신탁은 리츠 사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외부 전문가 영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19년 리츠사업팀을 ‘본부’로 승격했고, 지난해에는 개발 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리츠3팀’을 신설했다. 2018년 5명에 그쳤던 리츠 전문인력은 최근 22명으로 늘어났다. ○선제 투자 빛난 오피스 리츠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 오피스 리츠 시장에 진출한 게 눈길을 끈다. 2020년 36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해상 강남사옥(현 코레이트타워)의 리츠인가 및 소유권 이전을 통해 오피스 리츠 부문에 진출한 이래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 판교 H스퀘어 오피스와 분당 휴맥스 오피스에 이어 올해 초 판교 다산타워와 서울 역삼 멀티캠퍼스에 이르기까지 GBD(강남권역 중심업무지구)와 BBD(분당권역 오피스 밀집 지역) 일대의 오피스 리츠를 이끌고 있다. 때마침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서울 핵심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오피스 임차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래를 미리 내다본 ‘선제 투자’의 결실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출자하는 ‘개발사업 블라인드펀드’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국내 신규 부동산 개발사업을 비롯한 여러 실물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총 출자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과학기술공제회는 한국토지신탁이 보유한 풍부한 개발사업 경험과 투자처 발굴 역량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츠 수익률 최대 26%주택과 물류센터 분야 리츠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2020년 경기 파주 운정 공동주택, 2021년 이천국제물류센터 및 안성 죽산 물류센터 등을 포함해 지난 1분기 기준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리츠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 중 오피스가 68%로 운용 자산의 절반을 크게 웃돈다. 주택 20%, 물류센터 11%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리츠 매각을 통한 ‘엑시트’(투자원금을 비롯한 수익 극대화)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매각한 삼덕TLS물류센터(케이원 제6호 리츠)의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9% 중반을 웃돌았다. 매각차익 배당을 포함한 사업 기간 전체 수익률은 약 26%에 달했다. 리츠 최초 매입가보다 약 180% 높은 수준에 매각을 마무리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도 기존 오피스 및 물류센터 영역의 리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순 자산 매입·투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리츠 이익을 극대화하고, 리츠 기반의 개발사업을 새로 발굴할 계획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