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신축 아파트가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등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0.17% 하락했다. 서울 강남 권역 10개 구 중 금천구(-0.19%)와 관악구(-0.18%)에 이어 세 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0.32%, 0.5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강동구는 문재인 정부 당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5월 80.1에서 올해 5월 104.2로 5년 만에 30%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올 들어선 신축 아파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2020년 준공) 전용면적 59㎡는 지난 1일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8월 기록한 최고가(14억6500만원)보다 1억7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2019년 준공) 전용 59㎡도 지난달 직전 최고가(15억3000만원, 2021년 8월)보다 1억8000만원 하락한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2019년 준공),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2019년 준공)에서도 최고가 대비 수억원 하락한 금액에 계약이 체결됐다. 상일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매매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신축 아파트들은 호가가 최고가 대비 1억~2억원씩 하락했다”고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 후 다주택자들의 ‘절세용 매물’이 쌓이면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데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3046건으로, 올초(2371건)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강동구 집값도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