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요! 국민연금"…올해 폭락장서 구원투수 나설까

입력 2022-06-21 16:12
수정 2022-06-21 16:15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증시 소방수’로 불리는 연기금 수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연기금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반등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급락장에서도 연기금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매수 규모는 과거만큼 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46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매도세는 잦아들었지만 유의미한 매수세로 바뀌진 않는 모습이다.

과거 급락장에선 연기금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 한 달 동안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3조3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해 4월과 5월에도 각각 1조6615억원, 471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반등을 주도했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는 구조다. 연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을 일정 수준에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덜어내야 하고 반대의 경우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급락장과 같은 수준의 연기금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는 통상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연기금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반면 올해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국내주식 비중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지수는 19.10%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22.90% 급락했다. 이 기간 국내외 채권 금리도 일제히 급등하면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도 폭락했다. 단순 하락 폭을 비교할 때 국내주식 비중이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과 내년 말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각각 16.3%, 15.9%로 잡았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16.9%였다.

이같은 수급 환경 속에서도 연기금이 사들이는 종목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삼성SDI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POSCO홀딩스, LG전자, 기아 등을 대량 순매도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