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인줄 알았는데…금리 인상 국면서 결국 내려앉은 'K-리츠'

입력 2022-06-21 15:15
수정 2022-06-21 15:20


약세장에서 ‘피난처’로 주목받았던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가 이달 들어 맥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배당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국내 상장 리츠 2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9.2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 리츠 가운데 시가총액이 1조1900억원으로 2위인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주가가 17.7%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0.78%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수익률을 밑돈 셈이다. 시총 3위인 SK리츠도 이달 들어 9.8%가량 내렸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이달 19.05% 하락하면서 낙폭이 가장 컸다. 시총 1위(1조3897억)인 롯데리츠는 4.3% 빠지는데 그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

최근에 상장한 리츠들도 하락장을 피하진 못했다. 지난달 31일 상장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상장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20일 기준 공모가(5000원)에 근접한 5350원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3월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도 4월 말 6640원까지 올랐다가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공모가 5000원에 근접한 5530원까지 하락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혼조세로 접어들자 5~6%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SK리츠를 포함한 다수 리츠들은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4월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리츠의 최대 장점인 배당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만기가 돌아올 경우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연장하거나 새로운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배당액이 감소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연 3.6~4.97% 수준에서 이달 4.33~7.1%까지 치솟았다.

배당수익 감소보다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이 리츠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주담대 금리 최저점이 5%대에 진입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현재 수준에서 금리가 1%포인트 추가 인상될 경우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심각한 경기침체로 가지 않는다면 임대료 수입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낮아 배당 규모는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리츠도 기초 자산 성격에 따라 고금리 국면을 견딜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라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금리 부담을 임대료로 쉽게 전가할 수 있는 오피스 리츠, 자금조달에 전문성을 지닌 기업 스폰서형 리츠 중심으로 투자 종목을 선별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