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를 누르고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른 건 2013년이었다.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바젤이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홍콩을 찍은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①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국 ‘큰손’들과 가까운 데다 ②미술품 거래세율(면세 또는 0.5%)이 중국 본토(30% 이상)에 비해 턱없이 낮고 ③뛰어난 금융 인프라와 관광자원을 갖춘 게 아트바젤이 홍콩을 선택한 이유였다. ‘아트바젤 홍콩’은 이후 쑥쑥 자라 2016년에는 3조원 시장으로 커졌다.
영원할 것 같던 ‘홍콩 전성시대’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불안이 심해지고 치안이 나빠지면서 외국계 화랑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여기에 2020년 불거진 코로나19도 홍콩의 힘을 뺐다. 미술계 관계자는 “잇단 악재로 지난 5월 열린 아트바젤 홍콩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홍콩 입국자는 최소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탓에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홍콩이 주춤하자 서울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영국의 프리즈아트페어(프리즈)가 아시아 진출 거점으로 서울을 택하고,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앞다퉈 한국 지점을 개설·확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서울에서 아트페어를 공동 주최하는 프리즈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합산 매출 추정치는 1조2000억원(KIAF 2000억원, 프리즈 1조원)으로, 아트바젤 홍콩을 크게 앞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올해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미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중국처럼 관련 세율이 높지도 않고 일본처럼 지진 대비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장기집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