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이 프랑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프랑스에서 여소야대 정국은 20년 만이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는 하원 결선 투표를 마무리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여권 ‘앙상블’이 전체 557석 중 245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과반인 289석보다 44석 부족하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집권여당이 하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건 2000년 이후 20년 만이다.
좌우 극단 진영이 선전했다. 좌파 연합 ‘뉘프’는 131석을 차지해 제1 야당이 됐다. 극우 정치인 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NR)은 89석을 확보했다. 기존 8석 대비 11배로 규모가 대폭 커졌다.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한 지 두 달 만에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감세 및 퇴직 연령 상향 등 법안을 처리하려면 의회와 협치를 해야만 해서다. 마크롱 2기를 운영해나갈 프랑스 장관 중 보건장관과 환경장관, 해양장관 등 3명은 선거 결과에 따라 장관직도 내놓게 됐다.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현재 우리가 처한 도전들을 고려할 때 (총선 결과는) 국가의 위기 상황”이라며 “정부가 다른 정당들과 타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 및 국제 정세에 주력해 온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의제에 집중하게 되면서 유럽 전역에 영향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1기 때는 상명하달식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2기에서는 합의를 구축하는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