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중순부터 미국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다. 전망은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실적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부진한 성적표가 뉴욕증시를 계속 억누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분기 실적 전망 ‘암울’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들어 시장에선 미국 기업의 2분기 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강화 움직임 속에서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주가 버팀목이 돼 왔던 실적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WSJ는 지난 12일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인용해 2분기 미국 S&P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4%에 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22일만 해도 이들 기업의 2분기 이익 증가율은 6.6%에 달했다.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전망치가 2.6%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올 2분기 이익 증가율은 앞서 팩트셋이 집계한 S&P500 기업의 1분기 이익 증가율 잠정치(9.2%)에도 크게 못 미친다. 팩트셋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 4분기(3.8%)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11.4%에서 10.6%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 이익 증가율 예상치도 10.9%에서 10.1%로 낮췄다. ○인플레이션 등 악재 산적거침없이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의 실적을 짓누르는 주범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지난 7일 인플레이션 영향 등을 언급하며 올 2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3주 전 5.3% 수준에서 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국 물가가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재고는 쌓여만 가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할인 행사를 확대하면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4월 말 타깃이 보유한 재고는 151억달러어치로 1년 전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1분기 재고도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타깃과 월마트 주가는 지난 16일까지 한 달간 각각 33.6%, 8.2% 하락했다.
고임금·고유가 현상도 실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투자 노트에서 “에너지 위기가 기업의 성장에 타격을 주고 높은 인건비는 이윤을 잠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저가 매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흐름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에 악재가 된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달러로 환전할 때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런 이유에서 지난 2일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MS는 2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524억~532억달러에서 519억4000만~527억4000만달러로 낮춰 잡았다. 주당순이익(EPS)은 2.28~2.35달러에서 2.24~2.3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MS 매출은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달러 가치는 최근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매긴 달러인덱스는 14일 0.3% 오른 105.46까지 치솟았다.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였다.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달러 가치가 뛰어오른 것으로 해석됐다. MS와 같은 기업의 부담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다음날 Fed는 시장의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75~1.0%에서 연 1.5~1.75%로 높아졌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8월 중·하순까지 S&P500지수가 34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종가(3,666.77)보다 7% 넘게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10일 기준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7.1배로 10년 평균 수준이다. PER이 높다는 것은 실제 이익 수준보다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기업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며 “이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