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는 내륙국으로 인구 731만 명, 국내총생산(GDP) 190억달러인 협소한 시장이다. 국민성이 느긋한 것도 이 나라의 특징으로 꼽힌다. ‘푸드판다’ 브랜드로 라오스에 진출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비가 오면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라이더들 때문에 골치다. 비가 오면 배달 수요가 증가하는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하는 곳이 라오스다. 비가 오면 매출이 20% 줄어든다. 우기에 배달료 50%를 올려주는 ‘레인 보너스’를 고안했으나 느긋한 현지인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다.
느긋한 라오스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외화 부족으로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고, 급기야 지난달 9일에는 주요 도시 유류 공급까지 끊겼다. 현재도 주유소 앞에 긴 줄을 서야 한다. 거시 지표들도 불안불안하다. 이달 14일 기준 중앙은행 환율은 전년 대비 57.0% 올랐고, 사설 환전 시장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71.6% 상승했다. 완성차 딜러인 RMA그룹은 차량 판매 및 수리 비용 모두 미국 달러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라오스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물가 상승도 가파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2.8%로 2004년 후 최고치다.
환율, 물가, 유류 공급 불안 삼중고로 바이어 및 진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라오스 기업 매출이 30~40%가량 줄었다. 정부는 상업은행 현지화 지급준비율을 높이고,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등 수단을 강구 중이지만 경제 불안은 장기화 추세다. 특히 라오스는 공공부채가 GDP의 88%인 145억달러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상환해야 할 부채가 13억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억6000달러에 불과하다. 무역수지는 2019년부터 흑자지만, 수출대금 유입이 안 된다. 지난해 수출대금 자국 유입 비율은 26.5%다. 발전 등 프로젝트는 태국 등 국외에서 파이낸싱을 하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전력 및 광물자원 수출 의존도가 39.8%로 품목 다변화가 시급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도 적지 않다. 먼저 라오스는 지난달 9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국경 개방을 단행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라오스 노동자 50만 명이 태국 등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연 15억달러에 달했다. 국경 개방으로 해외 이주 노동자가 증가세다.
지난해 12월 개통된 라오스~중국 철도는 중국인의 라오스 이주와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라오스 정유사 페트로트레이드는 오는 11월부터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과 베트남 하띤성 붕앙항을 잇는 철도 건설에 착수한다.
라오스 내 제조업 투자도 증가세다. 산업 단지형 경제 특별구역에는 더는 빈 공장이 없다. 중국 인건비 상승, 베트남의 노동법 강화 및 구인난, 미얀마 경제시스템 붕괴로 라오스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라오스 대기업도 역발상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 중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
라오스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166달러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체에 알맞다. 풍부한 전력, 적은 공휴일 수 역시 제조업에 긍정적인 대목이다. 단 취약한 인력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교육센터를 함께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오스 젊은 층은 K팝, K드라마에 열광한다. K뷰티, K푸드 외에도 한국 소비재 수출 기회가 많다. 라오스는 마케팅 비용이 낮아 동남아 진출 테스트 마켓으로 적격이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라오스를 활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