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실손보험금 100% 받기 어려워진다

입력 2022-06-19 17:58
수정 2022-06-20 00:14
백내장 수술을 일률적으로 입원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합병증, 부작용 등 환자의 개별 조건을 고려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물러야 할 사정이 있어야 입원치료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된 백내장 수술 허위·과다 청구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내장 수술, 기본적으로 통원치료” 19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B씨는 2019년 8월 9일 서울의 한 안과 의원에서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같은 달 16일 왼쪽 눈, 17일 오른쪽 눈에 대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B씨는 앞서 A보험사에서 질병통원실손의료비(외래), 질병통원실손의료비(처방 조제),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비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B씨는 백내장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보험사 측은 통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B씨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입원치료가 인정된다”며 B씨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입원치료가 아니라 통원치료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보험 약관상 정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의 법리, 보건복지부 고시 내용 등을 고려했을 때 B씨가 받은 백내장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은 “입원치료에 해당하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처치·수술 등을 받고, 관찰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B씨의 경우 수술 준비부터 종료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재판부는 또 “B씨에게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 특별한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며 “의료진이 B씨에게 수술 후 처치나 관리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B씨의 입·퇴원 시간이 불명확한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단순히 입·퇴원 확인서가 발급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입원치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게다가 B씨가 수술받은 안과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상으로도 입원실이나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적자 줄어드나백내장은 도수치료와 함께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힐 정도로 허위·과다 청구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간 실손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백내장 수술은 일률적으로 입원치료로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 집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로 지급된 생·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해 1분기 4570억원(잠정치)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한 달간 지급된 보험금만 2053억원이다.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4%에 달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 비중은 9.0% 수준이었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는 6시간 이상 입원치료가 아닌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 한도(5000만원)’가 아닌 ‘통원 한도(하루 30만원)’가 적용되면서 이 같은 ‘가격 부풀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자 개별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입원에 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현 행태가 불합리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으로 해석된다”며 “앞으로 백내장 수술비 전액에 대한 보험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꼭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백내장 환자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입원치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관계부처와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김대훈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