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울산 북구 진장동의 한 노래방.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사가 친목 도모 목적으로 마련한 회식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 노조 대의원 한 명이 사측 매니저 두 명을 폭행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하던 중 나온 돌발 행동이다.
이번 사건은 폭력·불법행위 등 퇴행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노조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고,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버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노조 전반에 팽배해 있고, 이런 자만심이 행동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노조의 전근대적인 조직 활동은 최근 산업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마무리된 화물연대 총파업에선 화물연대 조합원 5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차량들의 업무를 막기 위해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거나, 이를 막는 경찰들을 폭행해 현장에서 체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지난 2월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으로 점거했다. 점거 과정에서 노조는 이를 저지하는 본사 직원들을 폭행했고 이런 불법 행동은 19일이나 이어졌다.
산업 현장에선 이 같은 후진적 노동문화가 지난 수년간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5년간 노조 떼법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공권력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는 리스크 없는 과격 행동을 오히려 권장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노조 관계자는 “파업 중에 경찰에 체포되는 게 훈장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체포돼도 어차피 바로 풀려나고 공은 인정받으니 너도나도 과격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노조 입장에선 불법 단체행동이 당장은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국토교통부는 노조가 요구한 안전운임제 연장을 합의해줬고, 노조의 과격 행동에 지레 겁먹은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체국 택배노조의 요청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며 총파업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는 원칙을 재차 밝혔다. 향후 노조의 불법 행동에 대한 공권력 대응이 강화되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경우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기득권으로 낙인찍힌 노조일 수밖에 없다. 선진적 노사 관계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사회적 합의는 폭력과 불법이 아니라 신뢰를 통해 도출된다는 점을 명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