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배급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가 최근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대폭 줄여 에너지 대란 우려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전력·가스업체들이 겨울철 수요를 위해 비축해둔 천연가스를 끌어 써야 할 상황에 내몰린다면 각국 정부는 몇 달 내 가스 배급을 통제할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이 가스 배급과 같은 극단적인 대책을 고려하는 것은 에너지 대란 위기감 탓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인 가스프롬은 지난 15일 러시아에서 독일로 흐르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가스 공급량을 60% 줄였다. 독일을 거쳐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으로 공급하는 가스 양도 축소했다. 가스프롬은 “캐나다에서 수리된 가스송출설비가 대러시아 제재 탓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고의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주 50%가량 폭등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 상승폭이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우드매켄지는 “러시아가 주요 가스관을 완전히 폐쇄하면 내년 1월 유럽 내 가스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독일 정부는 19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에너지 대책을 발표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석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면서도 “겨울까지 가스 저장소를 꽉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죄면서 유럽 지도자들의 정치적 생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치솟는 물가로 유럽인의 불만이 고조되자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유럽에선 19일 프랑스 총선 결선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독일의 니더작센주 의회 선거, 내년 중순 이탈리아 총선이 치러진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럽 지도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