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준중형 해치백 벨로스터를 출시 11년 만에 단종한다. 현대차 친환경 차의 효시인 아이오닉에 이어 벨로스터까지 단종되면서 해치백 모델의 설 자리가 한층 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 벨로스터 생산을 중단한다. 신형 모델을 내놓을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3도어 등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현대차 차종 중 가장 실험적인 모델로 통하던 벨로스터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치백은 엔진룸, 탑승 공간, 트렁크 등 ‘3박스’로 나뉘는 세단과 달리 좌석과 트렁크가 하나의 공간으로 묶이는 ‘2박스’ 차량이다.
현대차가 벨로스터 단종을 결정한 것은 아반떼 N과 신형 코나에 집중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많다. 현재 벨로스터는 고성능 차종인 벨로스터 N(사진)만 생산되고 있다. 나머지 모델은 이미 단종됐다. 벨로스터 N은 같은 고성능 준중형 차량인 아반떼 N과 차급이 겹친다.
스포츠형 고성능 차량을 찾는 소비자는 두 차종 가운데 해치백 벨로스터 N보다 세단인 아반떼 N을 선택하고 있다. 2020년 국내에서 1388대 팔린 벨로스터 N은 아반떼 N이 출시된 2021년 510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올해 1~4월엔 국내에서 9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아반떼 N은 2021년 7월 출시 후 6개월 동안 국내에서 1125대 팔렸고 올해 1~4월엔 1624대로 증가했다. 올해 같은 기간 해외 판매량도 벨로스터 N 1214대, 아반떼 N 2087대다.
벨로스터 N은 현대차의 효자 차종인 코나의 울산 1공장 생산라인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 초 출시되는 신형 코나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벨로스터가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는 구형 아이오닉 차종도 다음달까지만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같은 공장에서 제작하는 아반떼의 생산량을 늘린다. 아반떼는 차량 대형화 흐름에서도 지난해 국내에서만 7만1036대 팔리는 등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해치백 모델인 벨로스터와 아이오닉이 단종되면서 ‘국내 시장은 역시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승차감은 세단에 밀리고 실용성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뒤지면서 소비자들이 찾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벨로스터는 3도어인 데다 호불호가 갈리는 파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현대차는 2020년 또 다른 해치백 모델인 i30를 국내에서 단종하기도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