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병에 5000원인 시대다. 일각에서는 외식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소개팅하기 겁난다는 반응까지 터져나왔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MZ세대 미혼남녀(남녀 각 500명, 25~29세)를 대상으로 '데이트 비용'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 1회당 지출하는 평균 비용은 7만9600원으로 나타났다.
이성과 데이트에서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1.5%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이런 가운데 '요즘 20대 데이트 비용 정산 방법'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합리적이고 좋다"는 반응과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이들 커플은 전날 삼겹살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트 비용 전체를 지출한 쪽에서 상세명세라며 '삼겹살, 간식, 주차비, 대리 비용 금액을 나열했다. 정산 결과 총 데이트 비용은 10만8000원이었다.
계산을 마친 후 "자기야 어제 데이트 비용 정산해줘"라고 하자 상대방은 "방금 보냈다"고 답했다.
사소한 젤리 하나도 공평하게 1/n해 나누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차라리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게 낫겠다", "보기에 좀 야박해 보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괜찮으면 된 거다", "피곤하다", "보기 좋다" 등의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조사에 따르면 이성과의 데이트 비용 분담 비율이‘5:5’라고 답한 응답자가 2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6(남):4(여)’(21.2%), ‘7:3’(17.8%), ‘4:6’(9.0%) 순이었다.
미혼남녀는 가장 합리적인 데이트 비용 분담 방법으로 ‘수입이 높은 쪽이 더 많이 낸다’(53.8%)를 꼽았다. 그 후 ‘반반 나눠서 부담’(35.4%), ‘남자가 더 많이 부담’(10.6%)이 뒤따랐다. ‘여자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은 전체 0.2%뿐이었다.
연인들의 1회 데이트 비용은 2인 기준 평균 5만9800원을 지출했다.
가장 지출이 많은 것은 85.0%가 꼽은 ‘식비’였다. 이어 ‘숙박비’(8.8%), ‘문화생활비’(4.2%) 순이었다.
한편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다툰 경험이 있다고 답한 남녀는 39.0%로 나타났다. 이들 중 남성은 ‘연인이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것을 당연시 여겨서’(남 26.2%, 여 17.4%), 여성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고만 해서’(여 20.7%, 남 13.6%)라고 답했다.
데이트비용 분담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과거 개그 코너에서 소개한 반반 원칙도 재조명됐다.
개그맨 최효종은 현재는 폐지된 개그콘서트 '애정남' 코너에서 "한국음식은 여자가 내라. 김치찌개, 떡볶이 등이다"라며 "외국음식은 남자가 내는 것이다. 스테이크, 스시는 남자가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최효종은 "영화도 마찬가지다"라며 "한국 영화는 여자가, 외국영화는 남자가 낸다. 한국 영화 중 제목이 영화면 남자가 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팝콘과 콜라는 외국 음식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음주에 대해서는 "여자는 한국 술을, 남자는 외국 술을 내는 것"이라며 "다만 '소맥'은 애매하다. 이건 남자가 낸다. 맥주잔에 소주를 따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트할 때 반반 돈을 내서 만드는 ‘데이트 통장’이 서로에게 공평한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데이트 통장은 공동 명의로 일정 금액을 모아 데이트 비용으로 쓰는 방식인데 실리를 추구하는 일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생)는 "음식은 남자가 많이 먹는데 왜 반반 부담해야 하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공정세대의 '데이트 통장'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