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흘러간 유행가만 트는 민주당

입력 2022-06-17 17:29
수정 2022-06-18 00:05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인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예상대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대기업과 일부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 감세’라는 게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시절 추미애 대표가 앞장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시 법인세 인상 이유에 대해 “대기업이 과다하게 사내 유보금만 축적하고 투자나 고용, 임금 인상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은 법인세 인상이 징벌적 성격임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세계적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단행한 법인세 인상 효과는 어떠했는가. 2018~2021년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89억달러에서 182억달러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72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감소했다. 법인세 인하는 해외 국내 법인들의 세금 귀환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더니 해외를 떠돌던 연간 수백조원의 기업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해외 경쟁사와 비교하면 실로 막대하다. 삼성전자의 2018~2021년 연평균 법인세 부담률(법인세 납부 전 순이익 대비 법인세 부담액)은 27.3%로 경쟁사인 대만 TSMC(11%)에 비해 2.5배나 높았다. 기본적으로 두 배 이상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시합에 내보면서 경쟁력 발휘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대기업 증세 등이 소득배분 효과를 높인 것도 아니다. 문 정부 5년 동안 소득 1~2분위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오히려 5.2~6.1% 줄어들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내리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불과하다. 과표 구간도 4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OECD 38개국 중 35개국이 단일 세율 체계임을 감안하면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 “인기 없이 흘러간 유행가를 또 틀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부자 감세 주장이야말로 ‘흘러간 유행가’라고 봐야 한다. 세금 내는 기업들을 ‘부자’와 같은 갈라치기식 표현으로 공박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과 국제 경쟁력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공당의 도리다. 민주당의 정치적 언어들은 갈수록 진부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