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사적 과매도…금융위기급 충격 없다면 2300선이 저점"

입력 2022-06-17 17:27
수정 2022-06-18 00:56

잇단 금리 인상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연일 휘청이고 있다.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과연 추가 하락 폭이 어느 정도일지에 모아지고 있다. 과거 20년간 위기 때마다 일정한 폭으로 조정받아온 코스피지수를 돌이켜보면 향후 증시의 움직임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스피지수는 금융위기 때 고점 대비 35~55%가량 빠졌다. 경기 위축 국면에선 25% 내외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작년 최고점 대비 26% 떨어진 상태다. 향후 금융위기급 태풍이 불어닥치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대내외 악재가 더 쏟아질 경우엔 현재보다 10~30% 정도 더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위기 때 54.5% 급락17일 코스피지수는 0.43% 내린 2440.93에 장을 마감했다. 작년 7월 6일 최고점(3305) 대비 26% 하락했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돼 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2011년(-25.9%), 미국의 양적긴축(보유자산 축소)과 미·중 무역분쟁이 겹쳤던 2018~2019년(-26.5%)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을 제외하고 코스피지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이다. 2007년 10월 2065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자 이듬해 10월 938까지 급락했다. 코스피지수가 반토막(-54.5%) 난 것이다.

금융위기급 환경으로 평가받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36%가량 조정을 받았다. 2020년 1월 2277이었던 코스피가 두 달 만에 1457(3월 19일)까지 급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72.5%, 2002년 닷컴 버블 때는 55%가량 폭락한 적도 있다. “금융위기 없는 한 현 시점이 최저가”
시장에선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경기 둔화 우려가 금융위기로 비화하지 않으면 최근 하락세는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의 장부가치를 뜻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장기 박스권(0.9~1.1배) 하단인 0.95배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장부가로 팔아도 수익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대형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업을 장부가로 매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PBR 1배는 코스피의 저점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져왔다.

2012~2018년 유가증권시장의 PBR 최하단은 0.9배였다. 금융위기나 경기 위축이 없었던 시기다.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에는 0.81배,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초에는 0.64배까지 떨어졌다. 이 잣대를 현재 들이대면 0.9배인 2300선에서 코스피가 저점을 형성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스피가 과매도 구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시장의 하락을 촉발한 미국발 금리 인상을 금융위기급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이 도산하거나 위기가 예상치 못하게 터진 2008년이나 2020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를 조금 훼손시켜서라도 물가를 잡으려고 하는 현재 상황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2400선에서 저점을 다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악 땐 2000선 깨질 수도”다만 금융위기급으로 상황이 나빠지면 2000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가 급등세가 잡히지 않거나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다.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하려면 현재 주가에서 18%가량 더 떨어져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실적 추정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코스피도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유가증권시장 순이익이 15% 떨어지면 코스피지수는 2080까지, 20% 감소하면 196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이익은 석유파동(1973~1974년)과 같은 장기 침체 국면에 20~30%, 글로벌 금융위기 땐 40% 감소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