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유사, 바이든 압박 편지에 "석유 공급 많이 늘렸다"

입력 2022-06-17 16:23
수정 2022-06-24 00:0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석유 공급 확대를 압박하자 정유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 전환 기조 속에서도 석유 증산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서다.

엑손모빌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석유·가스 공급을 위해 다른 어떤 회사보다 많은 투자를 해왔다"면서 "지난 5년간 50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의 투자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50%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원유 수요가 줄어든) 코로나19 기간에도 투자를 계속했다"면서 "당시 2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300억달러를 차입해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유업계에 석유 공급 확대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엑손모빌, 셰브론, 쉘 등 정유사 7곳에 직접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 정유사의 높은 이윤이 미국 가정에 직접 전가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정유사들은 휘발유, 디젤 등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수혜를 누리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3.78ℓ)당 5달러를 돌파했다. 기름값이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서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유업계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오히려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미국 정유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석유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증산 역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바이든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석유 공급 확대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셰브론은 "올해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생산을 15% 늘릴 계획"이라며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에 반격을 가했다.

CNBC는 "정유사들의 시설 가동률은 이미 90%를 넘는다"면서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만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일부 정유사들은 현재 바이오연료와 같은 대체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