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증여세 완화로 초저출산·수요진작 두 토끼 잡자

입력 2022-06-16 17:30
수정 2022-06-17 09:18
출산은 개인으로 보면 2세 생산, 사회로 보면 구성원 충원이다. 어느 쪽이든 연속성과 지속가능 발전을 좌우하는 인류의 기본 내지 본질이다. 세계 1등인 한국의 초저출산도 그래서 치명적이지만, 백가쟁명 중구난방의 논란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경제난 와중의 적자 재정에선 더 털어 넣을 돈이 없고, 찔끔찔끔 예산 지원으로는 효과도 못 낸다는 사실이다. ‘독립 가정을 이루고, 아들딸 키우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난한 성인의 길’이라는 식의 인생론적 조언도 2030세대 신인류에겐 감동을 못 준다.

그래도 비혼과 출산 기피는 국가 사회적 숙제다.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는 그만큼 치명적이다. 이 문제를 베이비부머의 노인화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조금은 비약 같지만, 일각의 ‘586 퇴진 논쟁’도 이 난제와 의미 있는 접점이 있다. 586세대 전체가 경제 일선에서 물러서거나 퇴직 준비를 하면서 자식 걱정을 본격적으로 하는 나이가 됐다는 게 중요하다. 크게 보면 60대까지, 5060세대가 같은 사정이다.

핵심은 5060세대의 소득·자산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어떤 통계로도 그렇다. 물론 이 세대는 경제활동을 오래 했기 때문이라는 것만 내세우긴 어려운 행운 세대다. 성장기 과실을 더 누린 세대라는 점은 일단 논외로 치자. 금융자산과 부동산 다 많다. 자연히 이들의 사적인 자리 주된 대화도 아들딸의 분가·독립, 혼인, 출산이다. 그만큼 이 3종 세트는 5060세대의 최대 관심사다. 격차 심화는 현대사회의 일반적 양상이고, 양극화 또한 우리 사회의 고질이니 이런 대화와 고민에 대한 질시도 적잖을 것이다. 그래도 사그라지지 않을 이 세대의 현안이다.

공론화할 만한 논의점은 두 갈래다. 무엇보다 ‘자식으로부터 독립’을 도모하는 5060세대가 많다. 자녀의 결혼·출산은 언감생심이고, 그냥 분가·자립이 본인 최고의 복지요 노후대책이라는 예비 노인이 다수다. 다른 하나는 2030 아들딸에게 얼마라도 나눠주고 싶고, 그럴 시기가 됐다는 관점이다. 월급쟁이든 사업자든 30년씩 일했으니 많든 적든 나눠줄 게 조금은 있는 5060세대가 늘어난다. 어렵지만 경제는 컸고, 자산시장도 팽창했다. 2030 자녀를 5060 부모로부터 독립시키고, 결혼·출산까지 유도할 현실적 해법을 제대로 모색 해보자. 소비 활성화를 유도해 수요 진작에도 도움되니 잘하면 일석이조다.

그런 차원에서 5000만원인 증여세 면제 한도를 높이면 어떨까. 8년째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을 반영해 1억원 정도가 어떨까. 5000만원인 예금보호한도 확대도 커진 경제 규모를 감안한 논의다. 결혼하면 5000만원 추가, 첫 아이 낳을 때 5000만원 더, 둘째 아이는 아예 1억원 추가로 간다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때는 파격적으로 2억원씩 세금 없는 증여의 문을 열면 어떤가. 비과세 기간을 ‘5년마다’로 줄일 수도 있다. 그래봤자 증여세와 함께 움직이는 상속세 공제기준 이하다. “내 앞길도 먼데, 증여세 내면서까지 미리 주긴 그렇지 않나”하는 5060세대들이 움직일 것이다.

이렇게 가면 욕하며 따라가는 ‘일본병’도 예방할 수 있다. 캥거루 젊은이는 돈이 없고, 돈을 쥔 부모는 의지도 의욕도 없으니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는 늙어간다. 활력 잃은 일본 경제의 취약점이다. 80~90대의 유산을 60대 아들이 받은들 얼마나 생산적으로 쓰이겠나. 어차피 줄 것이라면 자녀가 젊을 때 줘야 경제 효과도 생긴다. 커피점을 열든 스타트업을 하든, 그래야 개인 투자도 왕성해질 것 아닌가.

미국은 증여세 면세 기준을 12년째 올려 1170만달러(약 150억원)다. 캐나다는 아예 증여세가 없다. 기업과 고용의 승계·유지 차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완화도 다급하지만, 다수의 일반성 측면에서는 중산층 언저리의 개인들 증여세 비과세 기준점이 더 큰 관심사다.

우리 사회는 이런 논의를 냉철하게 하고 합리적 선택을 해낼까. “흙수저는 어쩌고…”하는 반론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격차 문제’라는 단선적 도그마와 기계적 형평론은 극복할 때도 됐다. 더구나 모두가 “어떻게든 투자를 늘리자”고 외치지 않나. 투자로써 창업 자금까지 바닥난 재정에 기대기보다 고령층의 고인 돈을 돌게 해보자. 달리 보면 세대 상생이고 중산층 확장책이다. 수억원씩 드는 자녀 유학비용도 전부 면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