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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택 가격에서 담보대출을 뺀 순수 지분 총액이 지난 1분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담보대출 금리가 뛰면서 주택시장의 조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분기 미국 주택지분 총액이 27조80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분기에만 주택지분 총액이 전 분기 대비 약 20%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택지분은 주택 가격에서 갚아야 할 담보대출 잔액을 뺀 금액이다. 유주택자가 부동산 시장에서 갖고 있는 순자산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주택지분이 늘어난다는 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실질적인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택지분이 증가하면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미국에선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제외한 주택지분으로 다시 대출받는 홈에쿼티론 대출이 활발하다. 주택지분이 늘어나면 홈에쿼티론으로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유주택자로선 집을 판매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전문 대출업체인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내 주택 소유자들이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지분 규모는 11조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에만 1조2000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으로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미 부동산 업체들은 시장 불황에 대비해 인원 감축을 시작했다. 지난 14일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은 “주택 판매 감소세가 몇 개월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직원 8% 감축 결정을 발표했다. 경쟁업체인 컴패스도 같은 날 “직원 10%(450명)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는 이날 “6월 미국 주택시장지수(HMI)가 6개월 연속 2포인트 하락해 67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6월 이후로 가장 낮다. HMI는 50포인트를 기준으로 건축업체들의 주택시장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다. NAHB는 “6개월 연속 지표 하락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 환경에서 주택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신청 규모도 지난달 28일~이달 3일 1주일간 전주 대비 6.5% 감소하며 22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 평균은 이번주 연 6%대에 진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