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최근 국내 레미콘 수요의 44%를 차지하는 수도권 레미콘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레미콘 운송비(성과급, 요소수 비용 등 포함)를 30%가량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달 집단 운송거부에 들어가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 레미콘업체 대표는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운송거부를 선언하면서 업계는 사실상 성수기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한탄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의 피해가 컸던 시멘트·레미콘제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업, 기계산업과 금속가공업 등 중소제조업이 전방위적인 물류난, 인력난, 원자재난의 ‘삼중고’에 직면했다. 중소기업 지표는 이미 지난 3월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16일 통계청 광업 제조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지수(2015년=100)는 4월 102.7로 전년 동월 대비 1.6% 낮아져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반면 재고지수는 117.6으로 전월 대비 5.5% 상승했다. 2015년 통계 개편 이후 최고치다.
4월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2.5%로 정상적 수준인 80%에 훨씬 못 미쳤다. 코로나 사태 직전(2019년 10월)까지 70%대를 유지하던 소기업(연 매출 120억원 이하) 평균 가동률도 68.7%로 30개월째 60%대에 머물고 있다. 성기창 중소기업중앙회 조사통계부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봉쇄 조치, 각종 파업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중소제조업 관련 지표는 당분간 계속 나빠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생활가전, 가구, 신발 등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업종 중소기업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유가와 해상·항공운임이 큰 부담이다. 미국 서부 기준 해상운임은 코로나 이전(2019년) 2TEU당 331만원에서 올 4월 1403만원으로 4배 이상으로 올랐다. 항공운임도 홍콩~북미 노선 기준 2.7배 상승했다. 자동차부품, 기계 같은 기업 간 거래(B2B) 업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회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정해진 가격에 납품하라’는 압박이 강해져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력난도 여전하다. 수도권 한 제조업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도 기대 수준이 높아져 4시간 작업에 9만원을 줘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악재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제조업이 직면한 위기는 혁신 역량이나 생산성 개선으로 넘기 힘든 외부 변수에 의한 것”이라며 “대기업과 정부, 노조가 함께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