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미디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사업자 간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이를 가로막는 정부의 인수합병 규제, 시장지배력 규제 등에 대해선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16일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장은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개최한 '글로벌 미디어 시장과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력' 포럼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과 제휴 등은 스타트업의 꿈인 엑시트를 가능케 하는 창구가 됐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위험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내 시장에서만 다른 잣대로 바라보거나, 섣부른 규제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디지털,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환경에서 국내 사업자 및 종사자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 역량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유치와 지식재산권(IP)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K-콘텐츠는 원가우위 역량과 K-팬덤의 확보 등의 측면에서 우수하다"면서도 "다만 콘텐츠의 해외 유통 과정에서 글로벌 사업자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의 역할은 미비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국내 플랫폼 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곽 교수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수합병 규제, 시장지배력 규제 등의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법률과 정부 정책이 국내 사업자의 전략적 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요섭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 간 기업결합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수 있다"며 "경쟁당국과 법원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정태적(static) 접근방법이 아닌 역동적(dynamic) 접근방법을 중심으로 기업 결합에서의 반경쟁성과 친경쟁성을 비교 형량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보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대부분 국내 세제지원은 제조업 중심의 유형자산과 관련돼 무형자산인 콘텐츠 사업에는 세제 혜택이 제한적"이라며 "이는 주요 국가들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기업과 콘텐츠 산업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굵직한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과 같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인수합병 등을 통한 새로운 생존 모델 개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무형 자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동반될 때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해나가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