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금리인상 한파' 유로화 커버드본드로 넘는다

입력 2022-06-17 13:56
수정 2022-06-20 09:47
이 기사는 06월 17일 13: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공모 외화채 발행에 나섰다.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외화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지만 유로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방식으로 우호적 발행조건을 노린다.

16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외화채 발행을 위해 주관사 맨데이트를 부여했다. 인베스터콜(investor calls) 형태로 투자자와 접촉한 후 프라이싱(가격 산정)과 북빌딩(수요예측) 등 본격적인 발행 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발행 규모는 벤치마크 사이즈인 3억~5억 유로 수준으로 예상된다.

주관업무는 BNP파리바, 씨티그룹, ING, 크레딧애그리콜(Credit Agricole),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LBBW) 등이 맡았다.

이번에 발행하는 외화채는 유로화 커버드본드다.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형태로 발행된다. 만기 구조는 3년물과 5년물을 검토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회사가 주택자금대출채권 등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담보자산뿐 아니라 발행사가 보유한 다른 자산에 대해서도 상환 청구권(이중상환청구권)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상환 안정성이 일반 유동화증권보다 높아 시장에서는 커버드본드가 국채 수준의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에 KB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신용등급은 독자 신용등급보다 높게 평가된다. 현재 KB국민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급 수준이다. 무디스(Moody’s)는 ‘Aa3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A+등급’, 피치(Fitcj)는 ‘A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피치로부터 ‘AAA 등급’으로 평가됐다. 대한민국 정부 신용등급(AA-등급)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달러화를 비롯한 외화채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통해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유로화 커버드본드는 KB국민은행이 국내 시중은행 중 처음 발행하면서 개척해온 시장으로 그동안 선제적으로 다져온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원화 커버드본드와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녹색 채권(Green Bond) 형태로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유로화 채권 시장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 발행사들의 발길이 드문 곳으로 평가되지만, KB국민은행은 매번 성공적으로 발행에 성공했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오히려 외화채 시장이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든 점은 본격적인 발행작업에 착수한 KB국민은행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3.48%로 2011년 4월 이후 사상 최대로 치솟았지만,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3.30%로 낮아졌다. 금리인상 폭이 컸지만 이미 예견된 수준으로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채권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