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경쟁업체를 비하하고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자 뒤따른 반응이다. 정작 테슬라는 미국 자율주행 교통사고 건수의 70%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전기차 경쟁사인 리비안과 루시드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미국의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안과 루시드가 비용 측면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두 회사 모두 파산할 것”이라며 “두 업체가 비용을 극적으로 절감하지 않는다면 테슬라와 포드를 제외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처럼 공동묘지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 CEO는 리비안의 전기차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가격이 너무 비싸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없다”며 “즉각적으로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리비안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안과 루시드 모두 ‘제2의 테슬라’라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리비안은 테슬라보다 먼저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했고, 루시드는 고급 세단 전기차를 내놨다. 두 업체 모두 전기차 부품 수급난에 제조원가가 치솟았다. 올해 생산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고 주가도 하락세다.
미국의 경제지 포천은 전기차 업계의 불황 감안하더라도 머스크 CEO의 발언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칫 두 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천지는 “경영자들은 경쟁사를 칭찬하거나 험담하는데 인터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며 “머스크의 파산 경고는 하락장에서 리비안과 루시드 투자자들을 겁주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머스크 CEO는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을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썼다. 하지만 표심이 누구에게 쏠리고 있느냐는 한 질문에는 “디샌티스”라고 답했다. 또 머스크 CEO는 온건한 견해를 가진 모든 정당 후보를 지지하려면 ‘슈퍼 온건파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론 디샌티스(사진) 플로리다 주지사는 ‘리틀 트럼프’라 불린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확고한 보수주의자를 자처한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 방역 규제를 거부하고 바이든 정부에 맞서면서 주목받았다. 플로리다주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을 시행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의 대표 기업 디즈니가 성소수자 인권을 들어 반발하자 그는 디즈니에 50년 넘게 부여한 세제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나섰다.
테슬라도 구설에 휘말렸다. 최근 10개월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 교통사고 10건 중 7건이 테슬라 차량과 얽혀있어서다. 15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관련된 자동차 사고가 392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70%인 273건이 테슬라와 연관됐다고 밝혔다.
NHTSA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지난해 6월 ADAS 관련 사고 발생 시 보고할 것을 명령했다. 사고 보고를 의무로 바꾼 뒤 처음 집계된 결과다. NHTSA는 이번 결과만으로 자동차 제조사별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차량 수와 사용 빈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CNBC는 “테슬라 관련 사고 건수가 유달리 많은 건 자율주행이 적용된 테슬라 차량이 그만큼 많이 보급돼서다”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