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15일 기각했다. 백 전 장관의 일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후 10시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백 전 장관이 구속된다면 피의자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3일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2018년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의 사표를 받아내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당시 김경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종용하고, 그의 후임으로 황창화 현 사장이 임명되도록 면접 질문지와 답안지 등을 황 사장 측에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황 사장은 친노무현·친문재인 진영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총리로 재직할 당시 총리 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한 전 총리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면서 “재임 시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서 일을 처리했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는 등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법원이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이 이뤄졌다”고 밝힌 만큼 ‘윗선 규명’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불러 지난 정부 때 청와대 측이 직·간접적인 지시를 통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했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오현아/이소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