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가축사료를 만드는 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했다며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잇달아 나왔다.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을 했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담합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논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대한사료와 하림홀딩스 등 4개 회사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업체들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위는 가축 사료 시장에서 담합행위를 적발했다며 사료업체 11곳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745억9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 대상은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홀딩스, 팜스코, 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 등 11곳이었다. 이 중 가장 먼저 자진 신고를 한 두산생물자원은 과징금(27억3600만원)을 감면받았다.
공정위가 담합의 근거로 삼은 것은 사료업체 사장단모임이었다. 사료업체의 대표이사나 부문장이 수년간 골프장과 식당 등에서 모임을 하며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인하폭의 적용 시기 등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2006년부터 4년 동안 16차례 돼지와 닭, 소 등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인하폭과 적용 시기를 미리 짜 맞췄다고 봤다.
두산생물자원을 제외한 10개 업체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각자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업체 간 담합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기간에도 치열한 경쟁에 따른 각 업체 간 시장 점유율 변동이 심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사료업체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축종별·농가별·지역별로 다양한 판매가격이 산출되는 사료시장의 특성에 주목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합의 대상인 가격에 대한 기준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또한 “두산생물자원 직원 중 한 명이 ‘회사의 압력으로 가격 등의 담합 사실이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자진신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자진신고 내용만으로 담합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장단모임에는 11개사 외에도 다수 중소업체 임직원이 참여해 11개사의 담합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에 대법원 결론이 난 업체 4곳 외에 나머지 6개 업체의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