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역대 최저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플레이션 대응 총력전에 나섰다. 관계가 껄끄러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 증산을 독려할 예정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도 인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산 관세 내리고 곡물 수출 지원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소비재에 부과해온 고율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핵심 각료들과 만나 이런 구상을 전달한 뒤 이르면 이달 발표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200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한시적으로 고율 관세를 매겼다. 오는 7월부터 관세 부과 시한이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중국산 제품의 고율 관세를 없애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1.3%포인트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으로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뚫는 방안도 내놨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묶인 2000만t의 곡물을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 폴란드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임시 곡식 저장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곡물을 차량을 통해 저장고로 옮긴 뒤 해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등의 불’ 유가 잡힐까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급등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가 잡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다음달 13~16일 중동 지역을 방문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난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았다.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악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우디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가 치솟자 바이든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은 원유 증산 방안으로 석유회사의 초과이익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과 이윤을 내는 기업에 세금을 두 배로 물려 원유 가격을 내리거나 공급 확대를 위해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석유회사에 증산을 촉구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전기차 시대 전환을 앞두고 석유업체들이 유전과 정유시설에 신규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까지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책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어서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유가 상승 충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CPI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약 3.8L)당 5달러를 넘어서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탓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30%대로 추락한 것도 부담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역풍이 모든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젠다를 수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