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호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를 약 1200억원에 인수했다. 호주에서 인기를 끈 ETF를 국내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있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테마 ETF 상품군이 더 다양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주 ETF 운용사인 'ETF 시큐리티스(ETF Securities)'를 인수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홍콩 자회사인 ETF 홀딩스가 지분 55%를, 미국 자회사인 글로벌X가 45%를 인수하는 구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또다른 해외 운용사를 인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운용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스를 약 1400억원에 인수했고, 2018년에는 미국 글로벌X를 약 5200억원에 샀다. 지난해에는 호라이즌스의 호주 자회사인 베타셰어즈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약 1300억원의 차익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기준 10개국에서 총 104조원(429개 종목) 규모로 ETF를 운용하고 있다.
호주 ETF 시장 규모는 지난 4월 말 기준 119조원에 달한다. 한국 시장(74조원)의 1.6배가 넘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2002년 설립된 ETF 시큐리티스는 호주에서 21개의 ETF를 운용 중이다. 이들 ETF의 순자산총액은 약 4조2400억원이다. 순자산 규모가 호주 ETF 운용사 중 7위에 해당한다.
ETF 시큐리티스는 다양한 혁신성장 테마 ETF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9월 상장한 'ETFS ROBO 글로벌 로보틱스&오토메이션'은 로봇과 인공지능(AI) 산업에 투자하는 ETF다. 2018년 8월 내놓은 'ETFS 배터리 테크&리튬'은 2차 전지 기업과 리튬 채굴 기업을 담고 있다. 금, 백금, 은, 팔라듐 등 원자재와 귀금속에 투자하는 ETF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ETF 시큐리티스의 'ETFS 금 현물'은 세계 최초로 상장된 금 현물 ETF로 순자산이 2조3600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X 인수 후 미국에서 흥행한 ETF를 국내에 들여와 인기를 끈 바 있다. '글로벌X 리튬&배터리 테크'를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SOLACTIVE'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시큐리티스의 테마 ETF를 국내에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큐리티스 인수를 계기로 호주 시장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을 3800억원에 매입했고, 2016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호주법인을 설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호주 연금 시장과 ETF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