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에 라네즈,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를 잇따라 공식 론칭했다. 화장품업체들은 그동안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K뷰티'가 힘을 쓰지 못하자 북미 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 북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올초부터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의 온·오프라인 채널을 공격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라네즈, 4월 설화수를 아마존에 각각 공식 론칭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그동안 아마존에서 파일럿 형태로 소개해오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화장품 오프라인 채널 중 한 곳인 세포라에 대한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설화수는 올해 3월 총 51개의 세포라 점포망을 확보했다. 이니스프리도 세포라와 백화점 체인인 콜스 등 매장이 490여개로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의 메카인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북미지역 공략을 위해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미국 화장품 제조·유통사인 '더크렘샵' 지분 65.0%를 1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재미교포가 설립한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기초·색조 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회사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에도 미국 염모제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보인카 지분 56%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북미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지만 현지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 사명인 '아모레퍼시픽'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로 만들어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출 규모가 미미하다. LG생활건강 역시 자체 브랜드로는 미국 현지 시장에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아시아 브랜드가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현지 MZ세대 사이에선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열풍을 타고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