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물이 사용하는 물질로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바이오 기업 휴젝스와 결빙방지 단백질 관련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15일 밝혔다. 결빙방지 단백질은 얼음과 결합해 얼음 결정의 성장을 억제하고 어는점을 낮추는 물질이다. 극지 물고기 등이 영하의 수온에서 멀쩡히 생존할 수 있는 비결로 알려져 있다.
생식세포 등을 냉동 보관할 때 이 단백질을 주입하면 세포 파괴나 독성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농업과 식재료업 등 온도에 민감한 산업에서도 수요가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상용화되지 않았다.
극지연구소가 휴젝스에 이전한 기술은 세계 최초로 북극 효모에서 발견한 결빙방지 단백질과 남극 해빙박테리아 유래 결빙방지 단백질 2건의 대량 생산 기술이다. 휴젝스는 이를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화장품에 포함된 수분은 겨울철 영하 온도에서 얼음 결정으로 바뀌면서 화장품 효능을 떨어뜨리는데, 결빙방지 단백질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결빙방지 단백질은 영상 4~6도에서 세포막을 보호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휴젝스는 이 성질을 화장품에 적용하면 피부 주름 개선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극지의 엄혹한 환경에서 적응해 진화한 생물로부터 유전 물질을 찾아내 상품 또는 기술로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앞서 극지에서 찾아낸 혈액 장기 보관 기술을 민간업체에 이전한 바 있다.
이준혁 극지연구소 저온신소재연구단장은 "실험실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술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