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5일 09: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칸서스자산운용이 국내 18홀 회원제 골프장 잭니클라우스GC 인수를 위해 3000억원대 초반 수준의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비인수자인 포스코그룹과는 500억원 안팎의 높은 수준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마지막까지 인수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의 최대주주인 홍콩 소재 투자회사 ACPG K-Land 등은 이달 초 잭니클라우스GC 매각을 위해 본입찰을 실시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가장 높은 가격인 3000억원대 초반 수준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NSIC의 주주는 ACPG K-Land 외에 포스코건설 29.9%, 트로이카인베스트먼트 25.4% 등이 있다.
잭니클라우스GC의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토킹호스 매각은 사전에 예비인수자를 정해놓고 매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예비인수자는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 O&M로, 조건부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포스코가 칸서스가 써낸 가격을 수용하면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포스코는 2600억원대 수준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오는 20일까지 매각 측에 인수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이번 입찰 결과는 포스코가 쉽게 인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칸서스가 파격적인 가격을 써내면서 인수전의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기존 가격보다 500억원 수준을 추가로 높여야 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포스코는 이번 주 후반 이사회를 열어 인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2010년 설립된 잭니클라우스GC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이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국내 최고급 골프장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살아있는 골프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의 이름을 딴 국내 유일 골프장이다.
누가 인수하든 잭니클라우스GC는 역대 골프장 거래 중 최고가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금액을 3000억원으로 추산했을 때 홀당 기준 165억원 수준을 형성하게 된다. 현재까지 최고가 거래는 지난해 3월 국내 사모펀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경기 이천의 18홀 골프장 사우스스프링스CC이다. 홀당 기준 약 96억원이었다. 2019년만 해도 홀당 40~50억원 수준에서 거래가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3~4배 수준이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골프산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몸값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잭니클라우스의 경우엔 매년 100억원 안팎의 만성적인 운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수 후 주변 개발 등을 통한 수익 증대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기업가치를 높여 높은 가격에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부담스럽게 된다. 게다가 위드 코로나로 해외 여행 등이 풀려 여가 활동이 자유로워진 뒤에도 골프의 인기가 지금처럼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의 경우 하루에 운영할 수 있는 경기가 제한적이라 기업가치를 높이는데도 한계가 있는 업종”이라며 “몸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골프장 거래도 폭탄 던지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