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식 투자자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0.75%포인트 금리인상은 1994년이 마지막 사례다.
Fed는 지난달 22년만의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81년 12월 이후 최대인 8.6%(전년 동월 대비) 치솟았다.
CPI 상승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올 3월 8.5%로 40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4월 8.3%로 다소 내려갔다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깜짝 오름세로 다시 전환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이면 시중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자금 융통은 어려워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일각에선 현재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전방위로 오르는 물가를 금리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줄을 세게 죌수록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ed 입장에서 자이언트 스텝으로 전환을 통해 물가 압력을 크게 진정시키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하면, 당장 공격적 긴축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빅스텝 기조를 좀더 유지하면서 효과를 지켜볼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Fed로서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지켜볼 수 만은 없는 상황. 지난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잘 안 잡히면 좀 더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Fed가 더 강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간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CNBC, 뉴욕타임스(NYT) 등은 6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동시에 실물 경기가 추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날 장중 코스피지수는 2500선을 내줬으며 코스닥지수도 8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과 다음달 자이언트 스텝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과 9월에도 빅스텝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며 "중장기 경로보다 현재 시점에서는 이번 CPI 충격에서 벗어나 3분기에 '안도 랠리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미국의 물가 충격은 Fed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