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 집단폭행 후폭풍…"나도 당했다" 폭력 미투 확산

입력 2022-06-14 18:49
수정 2022-06-14 18:50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 20대 여성 4명이 남성 7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그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나도 폭력 피해자'라며 실명 폭로가 나오고 있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12일 관찰자망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0일 새벽 2시40분께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 남성 7명이 성추행을 거부하는 여성 4명을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건장한 체구의 피의자들은 여성 일행 중 한 명의 몸에 손을 댔고, 이를 거부하며 밀치자 식당 안에서 폭행을 가하기 시작해 식당 밖까지 끌고 나가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했다.

폭행당한 여성 중 2명은 얼굴이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나머지 2명도 경상을 입었다.

건장한 남성 7명이 여성들을 잔혹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힘없는 여성을 저렇게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범죄자는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회의 암적인 존재다", "영상으로만 봐도 손발이 떨린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중국 공안은 이번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1일 폭행을 행사한 남성 7명과 사건에 연루된 여성 2명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들 중 5명은 전과가 있었고, 일부 피의자는 건설업체와 식당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의 신속한 대응에도 해당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확산하면서 '폭력배 등에게 폭행을 당했으나 제대로 된 법적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등의 실명 고발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탕산에서 피해 호소가 잇따랐다.

탕산의 한 케이크 가게 업주는 지난해 폭력배들의 갈취 및 가게 내 난동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탕산의 한 클럽에서 일하는 가수는 지난 5월 업주를 포함한 폭력배들에게 구타 및 감금당했다고 밝혔다.

탕산뿐 아니라 산시(陝西)성 시안에서도 지난 2월 요가 수련원 홍보 전단을 돌리던 중 폭행당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이들 폭로의 공통점은 피해 주장이 궁극적으로 공안 당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은 대체로 '폭력을 당했지만, 법 집행 당국이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지방과 중앙 당국은 대대적인 폭력 범죄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사태의 진원지인 탕산시는 지난 13일 각종 폭력 범죄에 맞서는 '천둥·폭풍'(기습적이고 전격적인 작전을 의미) 캠페인을 2주 동안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중앙당과 정부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을 통해 "평안은 일반 국민 생활의 기본 요구이기에 공공안전을 해치는 폭력행위는 반드시 무관용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반드시 엄중히 법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