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선거 패배로 세대교체론에 휩싸였다. 당내 비(非)이재명계 중진들이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의 당 대표 등판론을 띄우면서 ‘40대 기수론’이 힘을 받고 있다.
불을 지핀 건 이광재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각 계파 수장격인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의 8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제안하며 “1970~8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원욱 의원이 13일 SNS를 통해 “지금 민주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주역이 1970년대생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전대에서 19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97그룹 대표 주자로는 강병원(71년생) 박용진(71년생) 전재수(71년생) 강훈식(73년생) 박주민(73년생) 등 재선 의원들이 꼽힌다. 여기에 초선 김한규 의원(74년생)과 원외 김해영 전 최고위원(77년생)도 거론되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 역시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적극 호응하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 모임은 9일 간담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일괄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비롯해 1970·80년대생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강병원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 출마에 관한 질문을 받자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같은 1971년생인 박용진 의원도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재명계에서는 40대 기수론이 이재명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한 프레임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 이재명계 인사는 “당내 1970년대생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결국 모두 친문재인계 아니냐”며 “지금 이재명 아니고 당을 쇄신할 적임자가 누가 있냐”고 반문했다.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지만 97그룹이 기존 586 인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병원 박용진 박주민 의원 등이 학생운동 및 사회운동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 만큼 정치적 배경에서 기존 주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97그룹의 부상을 통해 민주당의 지지층이 확장되기는커녕 핵심 지지층인 40대에 묶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론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