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유화산업 멈춘다…"화물연대 파업에 하루 3000억씩 손실"

입력 2022-06-14 17:22
수정 2022-06-15 01:3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울산·여수·대산 지역 석유화학 공장들이 15일 밤부터 17일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출 위기에 처했다. ‘화학산업의 쌀’로 통하는 에틸렌 생산과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하루 매출 손실액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공장은 물론 철강, 시멘트 공장도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하면서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경제 심장 멈출 지경”화주협의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업종별 협회는 1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일째로 접어든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전국 주요 항만과 국가 주요 생산시설이 1주일 넘게 마비됐다”며 “경제 혈관인 물류가 막혀 경제 심장이 멈출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석유화학업계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화물연대가 울산·여수·대산 산업단지 길목을 막아 나프타·에틸렌 조달선이 끊긴 탓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일부 석유화학업체가 지난 주말부터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멈추면서 예년 대비 생산량이 90%가량 증발했다”며 “누적 매출 손실액만 5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일 밤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 심장인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 한 곳이 멈춰서고 17일까지 여타 화학 설비가 줄줄이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GS칼텍스 등 8개사가 NCC 설비를 가동 중이다. “안전운임제 손질해야”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피해는 자동차, 철강, 시멘트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자동차 업계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어제까지 57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차질 규모가 확산되면 한계 상황에 이른 부품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누적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철강업체 7곳의 지난 13일까지 누적 피해액이 1조1500억원에 달한다”며 “철강을 재가공해 자동차 기업 등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과 석회석 등을 용융시켜 시멘트를 만드는 핵심 설비인 소성로(킬른) 상당수가 이번 주말에 멈춰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13일 출하량은 2만t 수준으로 예년과 비교해 87%가량 줄었다”며 “하루 145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누적 손실액만 912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 파업의 단초가 된 안전운임제를 손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제도다. 이관섭 부회장은 “물류비가 최대 80%가량 올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려 한다”며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려면 요금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차 운송·휴식 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