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 사립대들은 막대한 자산을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등록금만 바라보는 국내 사립대들의 ‘천수답 경영’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교직원 고용 보장, 학생들의 장학금과 알 권리, 학교안전수칙 등 간소한 법령 체제만 갖추고 있을 뿐 한국처럼 등록금 책정이나 자산 활용에 세세한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2021회계연도(2020년 7월~2021년 6월)에 33.6%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전 두 해 수익률도 7.3%, 6.5%로 견조했다.
HMC는 이렇게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20억달러(약 2조5728억원)의 학교 운영 예산을 하버드에 지급했다. 전체 운영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HMC가 하버드에 지급하는 예산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5억달러를 밑돌던 지급액은 2010년 15억달러를 넘어 2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총자산도 불어나 하버드대가 운영하는 대학기금은 지난해 10월 기준 532억달러(약 68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포트폴리오도 공격적이다. 지난해 HMC가 가장 많은 액수를 투자한 자산은 사모펀드(34%)와 헤지펀드(33%)다. 한 해 동안 각각 77%, 16%에 달하는 수익률을 냈다. 하버드대는 2021회계연도 보고서에서 “낮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위는 큰 기회비용을 초래한다”며 “어느 정도의 투자 리스크를 감수할지 논의하기 위해 HMC는 2018년 하버드 교수들로 꾸려진 ‘리스트 감수 그룹’을 만들었다”고 했다. 국내 대학들이 원금보장형의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것과 대조된다.
스탠퍼드대도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SMC)의 대규모 기부금 투자 수익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이 같은 수익을 연구비에 쏟아부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는 전체 적립금 중 등록금 회계에서 비등록금 회계로 전출된 적립금 상당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의 2분의 1 한도에서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이처럼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 게 아니지만, 자산 운용 노하우가 많지 않고 운용 손실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게 대학재정 관리자들의 설명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