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담보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심화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화 우려로 주가가 연일 주저앉은 여파다. 증권가는 일정 담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계좌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증시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코스피지수는 0.46% 하락한 2492.97에 장을 마감했다. 2020년 11월 12일(2475.62) 후 종가 기준 최저치다. 장중에는 2457.39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0.63% 내린 823.58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 S&P500지수가 3.88% 급락한 것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S&P500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1%가량 하락하며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278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약세를 주도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414억원어치, 1936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시장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지수 하단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간 증시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 하락을 이끄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증권사마다 담보부족계좌가 속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6개 증권사(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의 담보부족계좌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초 2911개에서 이달 1만6554개로 약 여섯 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부족계좌란 개인 계좌의 총자산과 증권사로부터 투자를 위해 빌린 자금의 비율이 증권사가 정한 담보 비율보다 낮아진 계좌를 의미한다. 해당 비율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정한다. 통상 140%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1~2거래일 이내에 부족한 금액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증권사에서 강제로 반대매매에 나선다. 반대매매는 개장과 동시에 이뤄진다.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주문이 산정된다. 이 때문에 장 초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이 기존에 보유한 주식을 매도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키움·미래에셋·한투·NH·신한 등 대부분 증권사가 담보 부족 발생일로부터 2거래일 뒤 반대매매에 나선다. 지난 13일에 담보 부족이 발생했다면 15일 시초가에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대형 우량주보다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몰려 있는 코스닥 종목이 반대매매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반대매매가 나오면 단기간에 하락이 이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바닥을 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년 전에 발행된 ‘키움증권1584(ELS)’ 투자자는 최근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서형교/이슬기/배태웅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