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최대 80%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하나은행은 이 권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첫 결정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금감원은 13일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한 분쟁조정 가운데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된 두 건의 피해 사례에 대해 각각 75%, 80%의 배상 비율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판매했다. 이탈리아 의료기관이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었다. 이후 총 14개 상품에 대한 투자금 1536억원이 환매 중단됐고, 하나은행은 지난 1월 금감원으로부터 업무 일부 정지 3개월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 분조위에선 소비자에 대한 기본 배상 비율을 30%(부당 권유까지 인정 시 40%)로 정하고 내부통제 미흡을 들어 30%를 추가했다. 고령 투자자, 서류 부실 등의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손해배상 비율을 최대 80%로 확정했다.
분조위는 판매사인 하나은행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 사례에는 80%의 배상 비율을 책정했다. 안전한 상품을 원한 투자자에게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고,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40대를 60대로 기재한 뒤 ‘3년간 투자 경험이 있다’고 입력한 책임을 인정했다. 투자 성향을 확인하지 않은 채 투자를 권유하고 설명자료를 교부하지 않은 다른 사례에 대해선 75%의 배상 비율을 매겼다.
금감원은 “부실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했고, 내부통제 미비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도 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40~80%(법인은 30~80%)의 배상 비율 내에서 자율 조정이 조속히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피해자들이 조정을 받아들인다면 펀드 환매 연기로 상환하지 못한 1536억원(504계좌)에 대한 피해 구제가 일단락된다. 분조위의 배상 결정을 피해자가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강제성은 없다.
하나은행은 분조위 결과에 대해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신속한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일부 피해자는 계약 취소에 해당하는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훈/이인혁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