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아닌가…송파 '강남 나홀로' 하락

입력 2022-06-13 17:13
수정 2022-06-21 15:35

올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송파구만 나 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강남3구 상승률 1위(3.05%)가 무색할 정도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 등 시장을 주도할 재료가 대부분 소진된 데다 핵심 주거지인 잠실 일대가 토지거래구역으로 묶인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급매물이 일부 소진되면서 전체 시세가 하향화하는 분위기다. 강남3구에서 ‘탈동조화’하는 송파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4월 말 이후 강남3구 아파트값의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새 정부 출범 전후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소폭이나마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는 이달 들어 보합세를 띠긴 했지만 지난달까지 주간 기준으로 계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서초구는 올 4월 말 이후 매주 0.01~0.07% 상승하며 강남3구 중 가장 높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반면 송파구는 올 4월 말 이후 확연하게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주까지 0.0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0.55%, 0.32% 오른 것과 대비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 주요 단지에선 최고가 대비 3억~4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 기준)는 올 4월 23억4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7억원(14층)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올 3월의 26억7000만원(24층)과 비교해도 3억3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잠실동 리센츠(전용 84㎡ 기준) 역시 지난달 22억5000만원(29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1월엔 26억원(6층)에 거래된 ‘잠실 대표 단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몇 달간의 추이로 추세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갈수록 강남3구 내 가격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은 맞다”며 “강남구·서초구 집값은 함께 움직이는데 송파구만 탈동조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시세로 고착화…호재는 부족부동산 전문가들은 절세를 위한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쌓이면서 급매물 가격이 주변 시세로 고착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올 5월부터 1년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면서 강남권 다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고 핵심 상권에서 벗어난 송파구 매물을 집중적으로 내놨다”며 “하지만 송파구는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잠실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있어 실거주 요건 등이 까다로워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으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올 들어 송파구는 공급 물량도 강남구·서초구에 비해 많았다. 그간 별다른 공급 물량이 없던 송파구에 올 1분기에만 3334가구가 새로 공급됐다. 아실이 분석한 적정 공급량은 828가구 수준이다. 같은 시기에 강남구와 서초구엔 특별히 공급 물량이 없었다. 신규 공급 속에 급매물까지 쌓이다 보니 송파구 집값이 하향세를 띠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부터 부촌으로 자리매김한 강남구·서초구와 달리 송파구는 강남3구로는 묶이지만 강남권 중심지에선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편”이라며 “강남권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정리할 때 아무래도 송파 지역을 먼저 처분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집값을 탄탄히 뒷받침할 호재가 부족한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구역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 지역이 없는 서초구는 반포동을 중심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충분하고, 강남구는 대치동 등 학군 수요가 높은 데 비해 송파구는 별다른 상승 동력이 없다는 얘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통상 재건축 단지들이 시세 상승을 견인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반포 주공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강남구·서초구에 비해 송파구는 잠실주공 5단지 이외에는 시세를 이끌어갈 만한 재건축 단지가 없다”며 “상급지 이동이 부각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강남3구 내 시세 차별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