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브로맨스 향한 애착 커…역주행 원하는 곡은 '꽃'" [인터뷰③]

입력 2022-06-13 15:13
수정 2022-06-13 15:15

(인터뷰②에 이어) 박현규는 노래를 부른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해 2016년 26세에 '보컬 그룹' 브로맨스(VROMANCE)로 데뷔한 그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여러 차례 직업적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에게 돌려드려야 하는 나이가 됐는데 계속 서포트를 받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노래를 계속해도 되는 건지 고민했어요. 사실 너무 지쳐서 노래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도 안 하려고 했죠. 음악은 소일거리로 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20대가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여러 생각과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박현규는 군대로 향했다. 이후 계획은 세우지 않은 채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 후 계획까지 생각하고 가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생각을 비우고 간 것"이라고 했다.

제대 후 그가 만난 건 JTBC '싱어게인2''였다. 보컬 능력을 인정받으며 당당히 TOP6까지 올랐다. 같은 시기, 브로맨스의 리더 박장현은 TV조선 '국민가수'에 출연하고 있었다. 브로맨스를 아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동반 활약이었다.

박현규는 "멤버들 모두 브로맨스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서 "난 오히려 '싱어게인2'를 나간 이후로 브로맨스를 지키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난 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뿌리를 잃으면 사람이 휘청거린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박현규라는 이름 옆에는 늘 브로맨스가 적혀 있다. 안 될 땐 힘들었지만, (팀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 지금은 지키고 싶다"고 고백했다.

역주행했으면 하는 브로맨스의 곡이 있냐는 물음에는 '꽃'이라고 답했다. 박현규는 "군대에서 깜짝 놀란 게 내가 가수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그 노래는 많이들 알더라. 학교 선배님인 정키가 써준 곡인데, 참 좋은 노래다. 의미 있는 곡이라 한 번쯤은 더 들어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브로맨스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고. 박현규는 "다른 멤버들(윤은오, 이현석)도 지금 뮤지컬에 전념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눈앞에 있는 걸 열심히 마쳐야 다음이 있는 거라고 본다. 각자 하고 있는 걸 잘 마무리하고 만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무엇보다 박현규는 꾸준히 자신을 응원해주는 주변인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첫 번째는 단연 팬이었다. 박현규는 "그 힘든 시기에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붙잡고 있었던 건 다 팬분들 덕분이다. 신인 때 음악방송에 팬분들이 4, 5명 정도 왔는데 목소리가 제일 컸던 기억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지금도 콘서트를 찾아와주시는 분들 보면서 그 힘으로 산다"면서 "정말 고맙다. '싱어게인2'도 '날 좋아해 주는 분들이 이걸 보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아마 팬분들과 내가 서로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그룹 블락비 멤버 비범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비범과 절친이었던 박현규는 "비범이 아니었으면 가수를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집안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었다. 가수가 되겠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실용음악과 교수가 되고 싶어 노래하는 거라면서 꿈을 숨겼다. 그랬더니 비범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가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잡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직도 가끔 술을 먹으면 비범한테 고맙다고 말한다. '싱어게인2'도 그 친구가 가장 많이 응원해줬다. 비범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어서 나도 응원 중이다"라며 웃었다.

군대에서도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고. 박현규는 군대 선·후임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군대에서 마음 맞는 동생이 있으면 같이 일해봐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두 기수 선임이 있었는데 엔터 쪽에 관심이 많았다. 매니저를 하고 싶다길래 1년간 지켜봤는데 너무 좋은 친구였다. 바로 회사에 연락해 그 친구 제대하는 날 면접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지금도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그 친구 덕에 '싱어게인2'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결승 직전까지 날 팔로우해줬는데 정말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난 떨어졌을 수도 있다"며 "힘들어할 때마다 '형이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더라. 우린 정말 좋은 형, 동생 사이다. 난 그 친구를 늘 복덩이라고 얘기한다"며 미소 지었다.

"저는 더 큰 무언가를 바라지 않아요. 열심히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한 거라 생각해요. 이제는 가수 박현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싶을 뿐이에요.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듣고 싶어'라고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르는 가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편, 박현규는 지난 7일 신곡 '여기까지 해요'를 발표했다. '여기까지 해요'는 피아노와 박현규의 목소리만으로 채워진 도입부부터 절정에 이르러 폭발하는 감정까지 섬세한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발라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