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 오른 '유통 빅3' 와인전쟁…정지선, 정용진에 도전장

입력 2022-06-13 15:41
수정 2022-06-13 16:43
현대백화점그룹이 연 2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와인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지난 3월 설립한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만 프리미엄급 와인 100여종을 한꺼번에 계약하면서다. 앞으로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빅3'간 치열한 와인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향후 2년 내 연 매출 300억 목표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비노에이치는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 곳과 와인 100여종에 대한 수입계약을 무더기로 체결했다. 이들 와인 대부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리미엄급·유기농 와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와인 수입·유통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유럽의 중상위급 와이너리는 오랜 신뢰가 쌓여야 거래를 뚫을 수 있는데다 상당 수 와이너리는 이미 다른 국내 업체들이 계약을 맺고 있어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노에이치가 한꺼번에 와인 계약을 맺은 것은 현대백화점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노에이치는 지난 3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이지웰 등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 설립된 신생 업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와인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노에이치의 첫 수장은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한 송기범 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비노에이치는 2024년까지 연 3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비노에이치는 레스토랑·와인바 등 유명 식음매장과 와인숍, 도매 유통업체 등 20여 곳의 판로를 확보해 이번달부터 와인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와인 복합 매장 ‘와인웍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3개 매장 외에 오는 8월 목동점을 비롯해 추가로 연내 3곳에 매장을 개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와인시장 경쟁 격화될 듯국내 와인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연간 와인 수입액은 5억 5981만 달러(7200억원)로 전년대비 68% 증가했다. 2019년 수입액 2억5925만 달러에 비해선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 시장규모는 물류·유통 단계를 거쳐 수입액 대비 세 배 규모로 추산한다"며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은 2조원 가량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유통공룡 중 와인 수입·유통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영업을 벌인 곳은 신세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08년 신세계L&B를 설립하고 주류사업에 진출한 후 막강한 유통체인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했다. 신세계L&B의 매출은 2019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2년만에 두배나 성장했다. 4900원 짜리 초저가와인 '도스코파스'를 필두로 가성비를 앞세운 와인을 판매해 덩치를 키웠다. 신세계L&B의 매출은 2019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나 성장했다.

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인 마주앙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도 최근 와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와인 전문가들로 ‘프로젝트W’ 팀을 구성하고 롯데마트 와인 전문점인 '보틀벙커'를 지난해 말 개점했다. 보틀벙커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잠실점)에서만 4개월 동안 매출 60억원을 올렸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은 저가 시장보다는 유기농, 프리미엄급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아영FBC, 금양인터내셔날, 나라셀라 등 기존의 와인 수입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빅3'의 와인 전쟁까지 벌어져 와인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